옴짝달짝 못하게 된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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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짝달짝 못하게 된 보수

공작새 0 35 04.18 13:52
글쓴이, 신평

[옴짝달싹 못 하게 된 보수]

어제 쓴 ‘새로 쓰는 이재명론’에 숨긴 내 뜻을 알아채는 이가 드물다. 글은 언제나 독자의 몫이니까 내 의견을 무리하게 나타내어 수용을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거대한 쓰나미가 파도의 진폭을 점점 더 키우며 몰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시간에  연안에 있는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대부분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다. 한국 땅에는 쓰나미가 큰 재해가 된 일이 드물다는 환상 속에서, 멀쩡하게 도도히 밀려오는 쓰나미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대부분 보수우파 진영의 사람들은 먼저 이재명 대표에 대하여 극심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마치 그들의 힘찬 목소리가 주술이 되어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는 큰 힘이 되리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상대편의 진영에서는 혼란의 시대를 수습할 산전수전을 다 겪은 거룩한 용장으로 비치는 사실을 무시한다. 그들의 주술은 자기 진영 안에서만 맴도는 것으로, 기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맹탕의 것이다.

소위 내란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긴 하다. 하지만 탄핵정국 초기에 새롭게 떠오른 권력에 부화뇌동한 검찰 수뇌부에 의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내란죄 기소가 되었다. 이에 의해 ‘내란몰이’가 시작되었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도저히 빼낼 수 없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무죄의 선고가 나기까지는 너무나 뼈아픈 현실이다. 매주 재판이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하고, 야당은 득의의 미소를 띄우며 자신만만하게 ‘윤석열 죽이기’를 수도 없이 실행할 것이다. 그에 따라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점점 올라간다.

올망졸망 난쟁이 형제들이 모인 여권의 대선후보들은 이제 ‘윤석열 지우기’에 열심이다. 그 꼴난 10% 미만의 지지율로, ‘탄핵당한 것은 윤석열이지 보수가 탄핵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끌어올린다. 그들의 협량한 가슴에는 탄핵정국 이후 보수우파가 살아난 과정을 담을 여유가 없다. 그들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한 식으로만 해석한다. 설사 그것이 틀려도 언제나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버린다. 수십 년 화양연화 호시절을 보내고도 그들 옆에 반반한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이겠는가? 이런 사람들이 ‘이재명의 쓰나미’를 통째 무시하며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린다. 제발 이 대표가 자신과는 다른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가를 살펴보라. 그것이 정히 안 보인다면 그는 ‘정치적 맹인’이다.

이렇게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보수우파는 안팎으로 손과 발이 다 묶여 있는 형국이다.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밀려오는 쓰나미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의 실질적 과점주주인 이해찬 전 당대표의 말대로 20년 혹은 50년 장기집권은 너끈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는 게 아니다. 딱 하나 있다. 그것은 국민이 포박을 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여야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을 내가 말하는 것보다는 우선 각자의 상상력에 맡겨보고 싶다. 그러나 절대로 기관총으로 전투기를 떨어뜨린다는 식의 어리석은 ‘정신승리’에 빠지지 말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의 마음으로 조용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덧: 저희집 연못가에 핀 철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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